릴케의 시 '가을날'

2014.03.17 16:28

제니 조회 수:26298

가을날

                                            - 릴케 -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살이 찌도록 마련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따뜻한 날을 베풀어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돋구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도 집을 짓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게 그러합니다.


잠이 깨어,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사이를 이리 저리 헤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