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웅 장로 필력 55년 특집, 시 6편>

사랑의 십진법(十進法)

 

 

기다려라

그래도 기다려라

그래서 안 되어도 참아라

기다리고 참아도 안 된다면

그리워 할 수밖에

그러다 지쳐도 그대로 기다려라

사랑하다 지치면

그리움이 다가오고

거기에 또 다시 사랑이 익어온다

세상의 몇 굽이를 돌아서 온

사랑에는 외로움도 괴롬도 묻어오고

그렇게 오다가 미움도 알아

사랑인 것을 깨닫느니

믿음으로 한계를 넘어

그때를 알아

끼치고 누리며 살아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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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끄는 나라

 

 

울고 울다 눈물 다하고

그리움마저 끝나

가졌던 가장 작고 작은 것까지

바닥나고 나면

우리는 어떻게 되지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하늘 우러르면 보인다

구름처럼 떠서

물결 밀리듯 떠밀려

우리들 생애 너머로

기억이 건너 가버리고 난

다음에 보이는 나라

거기에 잃었던 빛

들을 수 없던 소리

지워지지 않고

음악이 되고 수채화 되어

막고 덮어도 펼쳐지는

그 안에 살며

말 배우고 노래하는

무리들 함께

풍겨오는 향기도 물씬한

밝고 고운

밤낮 없는 그런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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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어

 

바람의 형상 그린다

기억의 몸 안에서 일어나

길을 내며 떠도는

멀리서도 들리는 소리

목을 죄는 시간

바람이 내고 간 길 위에 선다

닿고 싶은 정처도 없이

바람의 뒤를 따라

낯선 길로 나서

안개 뒤에 숨은 바람 그린다

빈터에서 바람을 만난다

사람들 사이로

휩싸여 몰아쳐가다

다달은 빈 터에서

바람의 배후인 허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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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흐르는 아마존

 

나이테 겹겹이 두르고 선

나무 한 그루

어디서 떠내려 와

숲 속에 서서

황톳빛 강물

노을에 핏빛되어

흘러온 내력

감싸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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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물

당신의 그물은 무엇인가 잡기 위해서만

짜여져 있는 것입니까

작은 것들 되돌리게 엉성하고

큰 것만을 취하지도 않으시며.......

깊은 곳에 던지라고만 하십니다

당신의 그물에 가두시고 지으신 바다에

살게만 하시는

쓰실만 하고 나눌만한 것으로 거두시는

결코 올가미도 덫도 아닌

당신의 그물은 나의 품입니다

모두 함께 가슴을 덥히는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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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속 나비

항아리 물에

나비 한 마리

떠 있다

깜짝 놀라

건져내려 살피다

또 한 번

꽃잎 하나

나비모양으로 떠서

무딘 가슴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