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가게
오름 길 내림 길 오르내리다
하나님 나라 베드로 역 광장 한 모퉁이에
겨우 한 자리 얻어
시(詩) 가게를 냈다
어느 한 낮
곧은 낚시 맨 대나무 맡기고
강태공이 시 한 두름을 사갔다
지구 고향엔 보름달이 떴을 거라며.......
어느 해질녘 김삿갓이 또
한 두름 가져갔다
삿갓을 벗어놓고.......
이제는 필요 없다며.......
여명엔 바울이 들러
주인장, 시가 뭐요 하고 물었다
시는 시지요
내가 바울 선생님, 사랑이 뭡니까 했더니
나, 선생 아니고
사랑은 사랑이 지요 했다
하루는 싯다르타가
문전에서 고개를 들이밀고
시만 파오? 물었다
아 예, 예수도 있소이다
은하 나루에서 쪽배 타고
꼭 들를 것 같은 사람이
안 오는 영원
사랑이 시가 되는 기다림
-싸이프레스 산방에서, 2017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