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에 얽힌 에피소드
제니
1971년 11월 26일 금요일 오후 2시,
우리는 광화문 근처 세종문화회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교회 다니는 친정 외 할머님은 기독교인들은 절대로
금요일에는 잔치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 날은 예수님 돌아가신 날이어서 우리가 기뻐하는 식은 할 수 없다고 강조하셨다. 시어머님은 이날이 아니면 신랑이나 신부가 일찍 죽는다고
했다고 하시며 꼭 이날 해야만 한다고 완강하게 말씀하셨다. 그 동안 보아온 시어머님은 성품이 온유하셔서 잘 우기지 않는 분이셨으나 이 일만큼은 강력하게 밀고 나가셔서 친정과 시댁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곤란했는지 모른다.
한참을 서로 만만찮게 맞서던 어느 날 시어머님이 친정 외 할머님을 찾아 오셔서 엎드리며
사정을 하셨다.
"제가 빌게요. 예수님께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요. 나는 며느리나 내 아들이 일찍 죽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도저히 다른 날로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사돈이 양해를 해 주세요"
시 어머니는 다시 일어나 큰절을 하시며
번번히 결론이 나지 않는 싸움이 아마 한달 이상
지속 되었을 게다. 내내 속상해 하시던 외 할머님이 드디어 결론을 내려 주셨다.
결국 양가의 종교전쟁이 끝나면서 곧바로 세종회관에 예약을 했고 며칠 뒤 결혼식을 올렸다. 그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마음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절대 하나님에 대해서 양보가 없으셨던 외 할머님께 그저 죄송했다. 외할머니는 내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나를 받아서 길러 주셔서 나에게는 친정 어머니 이상이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첫날 저녁에 남편은 내 손을 꼭 붙잡으며 부탁 한 마디만 하겠다고 했다.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도 그 부탁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은 대화의 연속이며 모든 오해는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만약에 모두가 고운 언어를 사용한다면 세상에 싸울 일이 없을 것이다.
종교전쟁을 치르고 얻은 결혼, 늘 기도하며 소중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니, 어찌 그런일이......
주의 종으로서의 사명을 그리도 신실하게 실천하시게 된 동기중의 한 이유가 되겠네요.
하나님께서 어여삐 보시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