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단편소설/고 박요한 목사, 소설가>
성서단편소설
종려나무 앞에서 일어서는 드보라
* 국난을 통해 사사가 되는 드보라.
드보라 집 앞에 커다란 종려나무가 있었다. 종려나무는 무척 컸다. 아름드리 나무였다. 종려나무가 서 있는 곳이 동네의 샘터였고 그곳이 드보라의 활동무대였다. 마치 삼국지의 유현덕 집 앞에 뽕나무가 있듯이 드보라 집 앞에는 종려나무가 있었던 것이다. 종려나무 앞에는 정자가 있었고 그곳으로 사람들은 모여들고 있었다. 이곳이 드보라 여선지의 지휘본부였다.
“청년 동지 여러분, 납달리 지파의 게더스 마을로 가시오. 그곳에 가면 바락이라는 사람이 있을 것이오. 빨리 가서 그분을 데려오시오. 바락 선생님을 모시고 오시오”
드보라는 종려나무 정자로 모여온 젊은이들 중 몇 명에게 바락 선생을 불러오라고 명령한다. 날쌘 청년들에게 바락을 모셔 오라고 지시한다. 그렇다면 바락은 누구인가. 바락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그는 납달리 지파 사람이다. 게더스 성읍에 사는 아비노안의 아들이다. 그때까지 그는 무명 인사였다. 그저 동네에서 유식한 말을 하고 민족을 생각하는 그저 그런 정도의 우국지사이었다. 그러나 그는 국난을 당해 드보라에 의하여 이처럼 차출 당한다. 국난을 당하여 군인으로 징집 당한 것이다. 그것도 이스라엘군 말단사병이 아니다. 이스라엘 국군의 총사령관으로 드보라에 의하여 임명된 것이다. 이스라엘 군의 최고 사령관이며 국가의 국장으로 드보라에 의해 지명된 것이다. 그리고 후일 그는 드보라에 이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는 사람이다.
바락이 연락병의 안내로 지휘소로 달려오자 드보라는 황급히 말한다.
“장군 잘 오셨소. 가나안국의 야빈왕이 지금 망령된 짓을 하고 있답니다. 야빈 왕은 휘하의 가나안 국의 대장 시스라 장군을 시켜 900전차대로 우리나라를 침공하고 있답니다. 그대가 이들을 막으시오. 방어하시오. 이것은 야훼의 명령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바락은 백면서생이었다. 자기보고 전쟁에 나가라니 정신이 아찔하다. 더구나 난생 처음 보는 여자가 이런 명령을 하고 있다. 바락으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나라에 위급이 왔는데 모두 도망치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내 비록 치마 두른 여자이지만 야훼의 명령에 나 역시 떨쳐 일어섰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이 나라 통치를 합니다. 하나님 명령입니다. 이해하세요.”
바락으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고 청천벽력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 하였는가, 그리고 드보라 역시 얼마나 순간적으로 급조된 이스라엘 통치자가 되었는가. 이런 것을 알 수 있다. 그랬다. 모든 것이 급조된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엉터리들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엉터리들을 사용하여 크게 쓰시는 것이다.
드보라는 이후에 이스라엘의 명실공이 엄연한 통치자였으며 여왕만큼 실권이 있었다. 그것은 국난을 당했을 때에 무명 인사 바락이라는 인물을 발탁하는 그녀의 카리스마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대 바락은 이스라엘군 일만 군대를 데리고 다볼산 위로 올라가시오. 적은 분명 3일후 침공해 올 것입니다. 놈들은 다볼산 밑 기솔 강 쪽으로 정신없이 쳐들어 올 것입니다. 장군은 일만 군대를 매복시켰다가 적이 오면 불을 지르시오. 그리고 놈들을 강물에 쳐 넣으시오. 시스라 900병거와 가나안국 군인 놈들은 이제 불에 타죽거나 물에 빠져 죽을 것이오.”
바락은 무서웠다. 자기가 그런 전쟁에 선봉대장이 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일만 군대를 갑자기 어디서 만듭니까?”
불안과 공포에 떠는 바락에게 드보라는 소리, 소리 지른다.
“그대의 지파 납달리에서 5천, 스불론 지파에서 5천 명을 징집 하란 말이오. 서두르시오”
그러나 바락은 여전히 불안하다. 자기가 군대를 지휘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한 적도 없다.
“군대 일만을 모은다 해도 어떻게 시스라 장군의 철 병거 900승을 당해 낸단 말입니까”
바락의 음성은 완전히 떨려왔다. 군대 일만 명 모집도 힘든 일이거니와 일만 명이 생겨난들 그 무시무시한 철 병거 사단을 어떻게 당해 낸단 말인가. 바락은 떨리지 않을 수 없다.
“대단히 죄송하오나 드보라 선지께서 함께 동행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드보라 보고 함께 전장에 나가자는 바락이다. 드보라 보고 함께 싸우자고 부탁한다. 혼자서는 힘들다는 것이다. 드보라가 옆에 있어야 힘이 된다는 것이다. 드보라 여선지에게 이 전쟁에 같이 참여해 달라고 그는 간청하는 것이다.
“그대는 왜 이리 겁이 많은가. 좋다. 내가 그대와 함께 갈 것이요. 그대는 이스라엘 장군으로서 시스라 철 병거를 무참하게 깨뜨리시오. 그러나 적장 시스라의 모가지는 당신이 아니라 용맹스러운 어느 애국여성이 취할 것이오. 영광은 그 여인에게 돌아 갈 것이오. 알겠습니까. 하나님은 겁 많은 당신에게 적장을 벨 수 있는 기회를 주시지는 않을 것이오. 승전의 영광은 그 여인이 받게 될 것이란 말입니다. ”
드보라의 호통에 바락은 비로소 기운을 차린다. 드보라는 바락을 앞세워 모병한 이스라엘 젊은이 1만 명을 데리고 진격한다. 급조된 일만 군대를 이끌고 다볼산으로 올라가서 그들은 진을 친다. 다볼산은 나사렛의 동쪽 약9Km지점에 위치한 독립된 산이다. 해발 562m의 이스르엘 골짜기 북동쪽에 있다. 다볼산은 후일 예수께서 그 모습이 빛처럼 찬란했던 빛, 그 형제가 너무 찬란했던 변화산으로 알려져 있다. 다볼산은 가나안과의 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유일한 고지였다. 고지라기보다는 야트막한 동산이었다.
드보라는 진을 쳤다. 다볼산 위로 병력을 펼쳐 놓았다. 산위에서 내려다보니 밑은 온통 평야였다. 무인지경 광야였다. 다볼산은 평야에 컵을 얹어 놓은 것 같은 작은 산이다. 넓은 대해에 조그만 무인도가 있는 것처럼 망망 광야 가운데 있는 산이다. 다볼산은 평지에 당돌하게 솟은 원추협 산이었다. 작으면서 그러나 그 위세가 제법 그럴 듯한 그런 산이었다.
산위에 올라가면 사통팔달 온통 사면을 내려다 볼 수가 있다. 군사적 요충지였고 전략거점이었다. 이곳을 이미 점령한 드보라는 전쟁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만약 평지에서 전쟁을 하면 이스라엘은 가나안국을 당해 낼 수가 없다. 볼 것도 없이 패전한다. 이스라엘군 1만 명은 시스라의 900 전차대에 무참하게 깨질 것이다. 적장 시스라의 전차군단이 진격해 온다면 당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 군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궤멸될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군대 그들은 평지가 아닌 야산에 올라와서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적을 내려다보는 고지에 올라온 것이다. 이것만 봐도 드보라의 지략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임진왜란당시 신립의 조선군이 천혜의 요새지인 문경새제 그 험한 산을 버리고 평야인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가 망했다. 망할 수밖에 없는 전법이었다. 한명이 천명을 막아 낼 수 있다는 험한 고지를 버리고 평지로 내려온 조선 육군, 기병대로 왜군을 짓밟아 버리겠다는 전략이었으나 결과는 참패였던 것이다. 당시 왜 놈들에게는 조총이 있었다. 총이 있었다. 조선군은 모두가 생각지도 않았던 조총, 총알에 맞아 죽었다. 도대체 평야에서 총을 어디 피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병사들은 잡초와 억새풀에 말려들었고 말들은 수렁에 빠져 용신할 수도 없었다. 조선 육군은 이래서 왜군에게 몰살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제일 방어진은 이처럼 어이없게 무너진 것이다. 그 유명하던 신립 장군도 죽음의 사신이 들 씌웠는지 천금 같은 산악지형을 이용하지 못하고 결국 졸전을 벌려 나라의 몰락을 재촉 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드보라는 신립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가졌다. 평지가 아니다. 그들은 평지에서 야산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거기에 진을 쳤다. 다볼산을 거점으로 만들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법을 드보라는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평야에서 쳐들어오는 적을 야산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
시스라 장군 휘하의 가나안 군인들은 기마술에 뛰어난 정예병 들이었다. 질풍처럼 말을 달리면서 마상에서 활을 쏜다. 마상에서 쏘는 화살은 백발백중이다. 단련된 활솜씨로 적을 명중시킨다. 그동안 얼마나 훈련을 시켜왔는지 마상에서 상대의 적을 정확히 쏘아 맞추는 것으로 가나안군은 유명했던 것이다.
드디어 전쟁의 날이 밝았다. 화창한 날씨였다.
“전군은 들으라. 우리는 야훼, 신의 군대이니라. 승리가 그대들에게 있다. 무운을 빈다.”
드보라는 전군에게 적군을 맞이할 것을 명한다. 그리고 얼마 후였다. 저 유명한 가나안의 900철병거가 공격해오고 있었다. 먼지도 자욱하게 쳐들어오고 있었다. 적군이 쳐들어오는 것이 산 위에서 훤히 보인다. 900전차대의 침공, 광야에서 달려오는 900 철 병거, 몹씬이다. 장관이다.
“적이 온다.”
“전차대가 온다.”
이스라엘군은 지금 적을 기다리고 있다. 의외로 이스라엘군은 사기가 충천하다. 동요가 없다. 이스라엘군은 꼼짝도 안하고 적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만 군대는 꼼짝도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다볼산 밑에는 기손 강이 흐르고 있었다. 시퍼런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강 좌, 우편은 계곡이다. 산골짜기이다. 통칭 사슴 골짜기로 불리 운다. 으슥한 골짜기가 이곳에 있는 것이다. 지금 가나안 군대는 사슴골짜기까지 쳐들어오고 있다. 전격적으로 말을 몰아온다. 그들의 진공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기손 강변의 길, 그리고 계곡에는 가나안 군이 새까맣게 밀려들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꾸역꾸역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시스라 군의 전차대 선발대는 처음에 이곳이 계곡임을 알고 약간 경계 했으나 무엇보다 그들은 이스라엘군을 대수롭게 생각지도 않았고 우습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주력 부대가 속속 들어 닥치는 바람에 선봉부대는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앞으로, 앞으로 전진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슴 골짜기 안에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가나안국 군대 대부분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 가자니 가파른 길이었고 옆으로 빠지자니 시퍼런 강물뿐이다. 그렇다고 뒤로 돌아가자니 자기들 군대가 계속 꾸역꾸역 밀려들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그들은 이처럼 자연 지형지물에 갇혀 있는 것이다.
* 불, 불이 쏟아지다.
그때였다. 이스라엘군의 공격 나팔이 울렸다. 뿌웅, 뿌웅, 나팔이 울린다. 뿌웅, 뿌웅.
“공격, 적을 쳐라”
드보라의 명령이었다. 이스라엘 여성 지도자 드보라의 명령이었다. 이스라엘 군은 준비했던 횃불과 불화살을 날리기 시작한다. 아래쪽 계곡을 향해 기름을 붓고 통나무를 굴리며 불을 지른다. 그리고 사슴 골짜기 땅 바닥에 미리 깔아두었던 기름이 먹힌 검불과 화목들에 불화살이 날아오자 골짜기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 버린다. 화광이 충천한다. 다솔산 사슴 골짜기에 모여든 가나안의 전차대와 기마병들, 그들에게는 불, 불이 떨어진다. 생각지도 않았던 불비가 내려온다. 청천벽력이었다. 불, 불이 오다니. 땅과 하늘에 불천지라니. 공중에서 불이 내려오다니. 우박같이 내려오다니. 땅에서 불이 솟는다. 숲과 검불에서 불의 혀가 인마에게 향한다. 말과 사람에게 불이 붙는다. 엄청난 불이 쏟아진다.
가나안 군대는 당황한다. 어찌할 줄을 모른다. 이 계곡이 화마의 골짜기가 될 줄을 그들이 어찌 알기나 했겠는가. 승승장구 용맹을 떨치던 가나안국의 철병거가 아니던가. 그동안 얼마나 얕보았던 이스라엘 군대이던가? 그런데 그들이 이런 계략을 쓰다니,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는다. 우습게보던 유대인들에게 자기들이 이처럼 당할 줄이야. 쏟아지는 불 앞에서 철 병거와 큰 활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계곡에는 화염이 충천한다. 그 불로 인하여 사슴 골짜기는 불도가니이다. 용광로가 된다. 앞으로 가자니 이스라엘 군이 미리 쌓아놓은 장작더미에서 불이 날름거리고 뒤로 가자니 아군들이 덮쳐온다. 이제 골짜기 안은 불이 붙어 화광이 충천할 뿐이다. 동산위에서는 불화살 불붙은 통나무, 그리고 기름 항아리가 계속 굴러 떨어진다. 불, 불. 화광이다. 모두 불에 타 죽는다. 가나안군은 우왕좌왕 하다가 모두 불에 타죽는 수밖에 없다. 꼼짝없이 죽는다. 불에 타는 병거와 마병, 그리고 가나안 병사들, 그야말로 그런 지옥이 없다. 아비규환이다.
불이 너무 뜨거우니까 병사들은 강물로 뛰어든다. 말에 탄 채 병사들이 물로 뛰어든다. 강물은 수심이 깊다. 물에 뛰어들어 봤자 물에 빠져 죽는다. 불을 피해 물로 떨어져 봤자 이제는 물에서 빠져나오는 장사가 없다. 강물에 빠져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신이 없다. 불, 그리고 시퍼런 강물, 사슴 골짜기 일대에 화염이 충천 하여 병사와 말들이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타 죽는다. 마치 이 장면은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등갑군을 골짜기에 몰아넣고 화약과 불길로 몰살시키는 장면과 흡사하다.
불, 불이다. 타오르는 불이다. 가나안 병사들은 모두 불에 타 죽었다. 이스라엘을 우습게만 보아 왔던 가나안국의 병사들이었다. 자기들의 숫자만 믿고 이스라엘을 우습게 여기던 교만 만만하던 가나안국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날 모두 타 죽었던 것이다. 일거에 이스라엘 군대를 휩쓸어 버리려던 가나안의 기병대와 전차부대는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사슴 골짜기에서 불에 타서 떼죽음을 당한다. 900의 철 병거는 불에 타서 무쇠 덩어리가 되었고 그만 고철이 되었다. 군인들은 그들 대부분은 불에 타죽거나 기손 강의 물고기 밥이 되어 버렸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호기롭게 선두에서 진격해오던 대장군 시스라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너무나 어이가 없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 참패에 대해 시스라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황당하고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화살부대는 어디 갔는가?”
그가 마지막 믿는 것은 화살부대였다. 이스라엘 놈들을 명중 시켜라. 이스라엘 놈들을 화살로 날려 죽여라. 그런데 화살부대가 보이질 않는다. 백발백중을 자랑하던 화살부대는 지금 온데간데없는 것이다. 마상에서 적을 향해 활을 쏘는데 적들은 모두 거꾸러진다. 그런데 그 화살부대가 보이지 않는다. 화살부대 그들 역시 모두가 이미 불에 타 죽은 것이다.
그는 무서웠다. 불이 무서웠다. 시퍼런 강물이 무서웠다. 그는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할 수 없이 도망친다. 그때쯤이면 이 승기를 잡은 이스라엘군이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습게보아 오던 이스라엘군에 체포된다면 그것은 말이 안 된다. 그는 그것이 너무 무서웠던 것이다.
“오, 이런 악운이 오다니...”
시스라가 말을 타고 도망을 치자 언제 알아챘는지 이스라엘 군인들이 벌떼같이 나타난다.
“시스라 놈이다. 저놈을 잡아라.”
“잡아라, 적장을 저놈을 잡아라.”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없이 나타난다. 이스라엘군이 숲속에서 골짜기에서 새까맣게 나타난다. 산지사방에서 이스라엘군이 쳐들어오고 있다. 그들은 드보라가 미리 숨겨놓은 매복병들이다. 그들에게 잡혔다가는 시스라는 바로 죽는 목숨이다.
“우선 살고 보자. 그리고 후일을 기약하자.”
시스라는 말을 달려 무섭게 도망을 친다. 역발산기개세, 천하의 명장 시스라도 가냘픈 여자 드보라 선지가 이끄는 이스라엘군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 시스라 장군 대부분의 부하들은 사슴 계곡에서 불에 타죽었다. 가나안 군대는 이처럼 어이없는 참패를 당했고 모두 궤멸을 당했다. 그리고 겨우 목숨을 구한 시스라 그는 지금 도망치는데 여념이 없다. 자기들 대장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얼마 안 남은 패잔병들 그들 또한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을 치고 있다. 모두가 도망을 치기에 정신이 없다. 혼비백산이다.
정신없이 달리던 시스라가 일단 말을 멈추게 한다.
“여기가 어디인가”
시스라는 근방을 휘둘러본다. 무서웠다. 죽는 것이 무서웠다. 그는 너무 무서운 장면을 본 것이다. 불에 타 죽는 부하들, 불, 불 불에 타서 비명을 지르던 부하들, 그 무서운 모습들. 그런 불은 처음이었다. 떨린다. 떨려온다. 그는 무서움에 질려 있다.
“허, 내가 이스라엘 놈들에게 쫓기다니....”
기가 막혔다. 이스라엘 놈들에게 쫓기다니, 분통이 터졌다. 그러나 어찌하는가. 지금 사면에는 이스라엘군이 널려 있지 않은가. 사슴 계곡에서 불이 떨어지는 장면을 자신 스스로 목격하지 않았던가. 그곳에서 생떼 같은 부하들이 비명을 지르며 불에 타 죽지 않았던가. 무서웠다. 끔직했다.
“아, 배고프다”
도망을 친지가 벌써 이틀째다. 그는 혼자 된지가 이미 오래이다 밤낮없이 도망친 그였다. 무엇보다 배가 고팠고 목이 말랐다. 너무나 시장하다. 무엇보다 피곤하다. 하루 종일 걷던 말이 너무 지쳤는지 그만 쓰러진다. 시스라도 말과 함께 나뒹굴어진다.
“여기가 어디인가”
시스라는 정신이 없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사면을 휘둘러본다. 마침 숲속에 장막이 보인다. 집들이 보인다. 그리고 거기 깃발이 보인다.
“헤벨, 헤벨 아닌가?”
장막 옆에는 헤벨의 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우리와 동맹을 맺은 헤벨이 아닌가?”
헤벨은 세겜 북쪽에 있는 사론 골짜기 지역의 부족장이다. 그의 영지에 온 것이다. 시스라는 자기도 모르게 헤벨의 땅에 도착한 것이다.
시스라 장군은 너무도 반가웠다. 가나안국은 근동일대에 제후들과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과 결탁하여 이스라엘을 지상에서 몰아내자는 것이었다. 토호들과 제후들은 가나안과 동맹을 맺고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헤벨이었다. 헤벨은 원래 모세의 장인 이드로의 후손이다. 광야의 부족장이다. 그들은 가나안국과 친선과 우호를 다짐하고 있는 중이었다.
“헤벨 제후 계시오?”
시스라는 너무 반가워 그의 장막으로 뛰어든다. 그는 이제 안심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안전지대에 온 것 아닌가. 그런 것 같다. 헤벨의 영지에 왔으니 이제 안심이다. 그는 안도감이 생긴다. 도망 다닌 지가 얼마만이던가. 목은 마르고 배가 고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잠이 쏟아진다. 피곤하다. 극도로 피곤하다.
“주인은 출타중이신데요. 누구시죠?”
장막 안에서 누가 나오는데 가만히 보니 헤벨의 아낙 같다. 헤벨의 부인이다. 시스라는 반갑다. 너무 반갑다.
“부인, 저는 가나안국의 전차 대장 시스라입니다”
“어머”
여인의 눈이 뚱그래진다. 그녀의 이름은 야엘이었다. 여인은 시스라의 몰골을 보며 너무 놀란다. 전장에서 도망쳐온 가나안국의 전차군단장, 시스라의 몸에서는 아직도 살기와 피 냄새가 가득하다. 온몸에는 상처투성이다. 그녀가 깜짝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부인, 헤벨 공께서는 아니 계십니까?”
“주인은 출타중이신데요”
여인은 황망한 중에도 시스라를 따뜻이 영접한다. 집에 들어와 쉬라고 권면한다.
“우선 장막에 들어와 쉬시지요. 피곤하신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부인, 그렇지 않아도 쫒기는 길이랍니다”
그러나 이제 무서운 일이 생긴다. 그것은 헤벨의 아내 야엘 여인에 의하여 시스라는 목이 잘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스라엘 군대 그리고 드보라의 승리이며 야훼의 승리가 되는 것이다. *
故 박요한(John Park) 목사
*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서울신학대학 신학과. Yuin university Ph.D
*1986년 동서문학, 제2회 신인문학상 모집에 단편소설 '불‘이 당선되어 문단데뷔.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중편소설“비오는 광야” 당선.
*박요한 창작집“잉카로 가는 길”(문학마을) *기행문 ‘평양의 낮과 밤’(부흥출판사) *장편소설 “인자의 땅’(범우사)
*현대문학,한국문학,월간문학,동서문학,문학정신 Pen문학등에 작품 다수 발표
*2002년 계간 “문학마을” 제정 제1회 문촌문학상 수상(수상작품 장편소설“오고 있 는 나라”)
*2008년 한국크리스쳔문학 대상 수상 (수상작품 단편소설 “에돔의 땅”)
*2009년 창조문학신문 제정 대한민국 횃불문학상. 수상작 <장편전작물 액션바이블 러브스토리” 전 10권 (성안당 출판사)>
*2009년 제7회 국제PEN 클럽 미주펜문학상 수상, 수상작품 장편소설 “유카의 가 시”>
미주개혁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