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의 시 "알수 없어요"

2014.03.31 04:29

제니 조회 수:31946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 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1회 문학 세미나 '시편의 시학 제니 2015.10.10 12927
공지 제니가 오랫만에 방문했어요 제니 2015.07.16 3190
공지 2014년 가을학기 슥제.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 감상문 써오기 제니 2014.11.14 6643
공지 여름방학 숙제 [420] 제니 2014.07.08 30122
공지 2014년 봄학기 읽어야 할 작품 [188] 제니 2014.03.17 34520
41 이동원 목사 설교 '요단을 건너라' [11818] 제니 2013.08.19 1052402
40 한국 단편소설 모음 [121] 제니 2014.02.11 784622
39 폴 히버트의 저서 '선교와 문화인류학'을 읽고 [19548] 제니 2013.08.19 749312
38 찰스 벤 엔겐의 저서 '모이는 교회 흩어지는 교회'를 읽고 [16057] 제니 2013.08.05 587873
37 세계문학전집 리스트.숙제하실 때 도움이 됨 [18776] 제니 2014.03.07 539825
36 양선미 집사님과 인터뷰.기문협 아카데미에 대해서 [15224] 제니 2013.08.31 497624
35 동영상 테스트 좋은 찬양입니다. [453] 永資 2013.08.27 385141
34 소설가 임영호목사님의 소설강좌 2 [15457] 제니 2014.03.30 327953
33 한용운의 시 "북청 물장수" [357] 제니 2014.03.30 148215
32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을 읽고. 독후감 [87] 제니 2013.06.20 95150
31 존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상. 원문 제니 2014.07.08 55930
30 박목월의 '윤사월' [253] 제니 2014.03.17 45116
» 한용운의 시 "알수 없어요" [117] 제니 2014.03.31 31946
28 릴케의 시 '가을날' [144] 제니 2014.03.17 26298
27 시인 김신웅장로님의 시 강좌 2 [174] 제니 2014.03.28 26096
26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원문 [74] 제니 2014.02.04 25445
25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를 읽고 독후감 및 서평쓰기 [18] 제니 2013.11.30 24383
24 이동원 목사의 설교 '믿음의 표현' [55] 제니 2013.08.19 2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