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시/김주경, “축제의 밤”외 4편>

축제의 밤

그대의 눈동자는

짙푸른 에메랄드 호수

그대의 날개는

날렵한 아이보리 구름

그대의 품은

옥빛 하늘

뚝뚝 떨어지는 향으로

나를 적셔 주오

사랑이여

그대, 거룩한 나라의 임금

천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 지어 불러 주오

맑은 물소리 나는 현악기로

연주해 주오

사랑으로

가슴이 터진다 해도

바라나이다

축제의 밤에

나를 초대해 주오

사랑이여

그대, 영원한 나라의 왕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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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현

심장에서

울려 나오는 실을 뽑아

현 한줄 마련 하리이다

가늘지만

단단한 기도의 현으로

노래를 지어 드리리이다

환희의 눈물

마음껏 흘리리이다

꽃의 노래와

나무의 향으로 띄우리이다

왕의 제단에 드리려

뜨거운 피 한 줄로

사랑의 찬미

곱게, 곱게

연주해 바치리이다

기도의 현에서 울리는

실바람 소리

마음껏 흠향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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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의 마차

거룩의 마차에

오르게 하옵소서

하얀 세마포 웨딩드레스

사뿐히 걷어 올리고

마차에 오르게 하옵소서

불꽃같은 눈동자

마주 바라보며

오르게 하옵소서

내려다보이는

산천초목 뒤로 하고

슈우웅 슈우웅

날아오르게 하옵소서

왕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콧노래 부르게 하옵소서

으-음 으-음

졸음이 오면

가볍게 코를 골더라도

개의치 마시고

황금 마차를 모시옵소서

새애앵 새애앵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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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불멸의 산에 올라야 한다

오르며

신이 헤어 진다해도

가야만 한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숨이 차면

조금 쉬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

안개에 젖고

바람에 흔들려도

멈추지는 말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 하여

없는 것은 아니다

정상에 당도하여

깃발을

꽂아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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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배

밤은 길고도

어두웠사옵니다

반짝이는 몇 줄기 별빛만을

가슴에 새기면서

기다리던 여인들의

탄식소리 깊어지기 전에

오시옵소서

전능왕 오시어서

어둠 다스리시고

천상의 빛들

뿌리시옵소서

영원을 기릴 사랑의 잔에

포도주

부으시옵소서

등잔에 기름 넘치오니

그리움의 불

그으시옵소서

랄랄랄랄라-- 신랑이여

불꽃같은 눈빛

비추시옵소서

천둥으로 부르시고

꽃잎으로

맞이하게 하옵소서

당시의 말들 윤기 나게 하사

신부들을 태울 때에

울음소리 우렁차게 하옵시고

거룩한 포옹으로

환희의 눈물

강처럼 흐르게 하옵소서